이 그림책은 농부가 수박 씨앗을 뿌리는 것부터 싹이 나고 꽃이 피고
크고 시원한 수박이 되어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냈다.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두 작가는 실제로 수박 농사를 두 번이나 지어보았다
2015년 10월에 시작한 그림책 작업이
2년이 꼬박 지난 2017년 8월이 되어서야 완성
수박 농사 이상의 길고 고된 작업
농부의 마음과 같은 정성으로 지어낸 그림책 <수박이 먹고 싶으면>.
수박 한 덩이에 담긴 한 시절의 이야기
[이야기꽃 그림책] 수박이 먹고 싶으면 - YouTube
우리가 쉽게 사 먹는 수박을 얻기 위해 기나긴 기다림의 과정이 있다.
작가는 수박이 잘 익기를 바라고 기다리는 농부의 애틋한 마음까지도 담아냈다.
수박이 먹고 싶으면 정성껏 수박씨를 심고
날마다 촉촉이 물을 뿌려주어야 합니다.
온 힘 다해 솟아난 떡잎이 대견하지만
서너 개 중 두세 개는 솎아 내어야 하죠.
남은 싹은 물을 주고 줄기 뻗을 수 있게
묵은 볏짚도 깔아 주어야 합니다.
수박 열매가 맺히려면 마디마다 돋는 곁순을 따주고
벌 나비 수박 꽃에 날아들도록
잡초도 뽑아주고 진딧물도 잡아주어야 하죠.
아까워서 망설여지더라도 수박 싹을 거침없이 솎아내야 할 때도 있어요
수박이 먹고 싶으면
수박이 익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고라니와 멧돼지와 꼬맹이들이
설익은 수박 축내도 골내지 않고
수박이 영글 대로 영글 때까지 기다려야 하죠.
"어이! 이리들 오소!"
농부 품에 안긴 커다란 수박은 농부의 꿈이자 수박의 꿈입니다.
농부가 주름진 손을 흔들어 사람들을 부릅니다.
드디어 그날이 되어
수박 먹고 싶은 사람 모두 불러 정답게 둘러앉으면
칼도 닿기 전에 쩍 갈라질 정도로
잘 익은 수박은 자신의 붉은 속살을
아낌없이 나누어 줍니다.
▶글 : 김장성
센 놈한테 약하고 약한 분한테 세게 굴면서 사람 차별하는 자들을 몹시 싫어합니다. 이야기로나마 그렇게 건방 떠는 녀석을 혼내 줄 수 있어서 무척 즐겁습니다. 그림책 『민들레는 민들레』, 『수박이 먹고 싶으면』, 『하늘에』, 『겨울, 나무』, 『나무 하나에』, 이야기책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 『가슴 뭉클한 옛날이야기』, 『어찌하여 그리 된 이야기』, 역사책 『박물관에서 만나는 강원도 이야기』 등을 썼습니다. 『민들레는 민들레』로 2015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습니다.
▶그림 : 유리
경기도 여주의 나지막한 숲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자연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작가의 가장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작품으로 『돼지 이야기』 『대추 한 알』 『강아지똥 별』, 『수박이 먹고 싶으면』 등이 있으며, 『대추 한 알』로 2015년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습니다. 느리지만 ‘날마다 꾸준히’의 힘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 출판사 리뷰
이 그림책은 우리가 쉽게 사 먹는 수박을 얻기 위해 누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나아가 그것을 제대로 얻기 위해 어떤 마음과 태도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는지를 보여줍니다.
책 속의 농부는 이른 봄 쟁기질로 밭을 깨우고도 겨울이 완전히 물러가기를 기다렸다가, 살구꽃 필 무렵에야 구덩이를 파고 퇴비와 참흙을 켜켜이 채운 뒤 까만 수박씨 서너 개를 뿌립니다. 그러고는 날마다 촉촉이 물을 주지요. 이윽고 서너 개 싹이 나면 개중 실한 놈 하나만 남기고 두세 개를 솎아 냅니다. 그리고 남은 싹이 줄기를 뻗고 꽃을 내고 열매를 맺도록, 날마다 밭을 드나들며 고단한 노동을 감내합니다. 뿌리가 숨을 쉬도록 북을 돋우고, 뻗어가는 줄기가 움켜쥐라고 볏짚을 고루 깔아 주며, 줄기가 힘을 모으게 곁순을 질러 주고, 꽃가루받이하는 벌 나비 모여들도록 끊임없이 나는 잡풀과 자꾸 생겨나는 진딧물을 농약 대신 일일이 손으로 뽑고 훑어 줍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들은 그저 몸으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땀만큼 마음도 쏟습니다. 씨 뿌리고 흙 덮어줄 때는 잘 자라라 잘 자라라 조용조용 읊조려 주고, 싹을 낼 적엔 날마다 물을 주며 정성을 쏟되, 끝내는 수박 싹 제가 절로 난 줄 알도록 무심한 듯 모른 척해 주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이윽고 떡잎이 고개를 내밀면 아이처럼 기뻐해 주고, 싹을 솎아 낼 땐 안타까워하며 그런 만큼 남은 싹에 더욱 정성을 쏟아 줍니다. 그렇다고 마냥 일만 하는 건 아닙니다. 열심히 일하다가도 너무 지치거나 더위를 먹지 않도록 가끔 원두막에 올라 시원한 미숫가루 물도 마시고 낮잠도 한숨 잘 줄 아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농부는 수박이 익기를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동안 고라니며 멧돼지며 동네 꼬맹이들이 설익은 몇 덩이를 축내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농부는 그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려니 생각하고 서운해하거나 성내지 않습니다. 조급해하지도 않습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니 농부는 그때를 기다립니다. 줄무늬 또렷해지고 덩굴손 마르고 꽃자리 우묵해지고, 통통 두드려 맑은 소리 날 때가 바로 그때입니다. 그렇게 영글대로 영근 수박이 이윽고 몸뚱이를 뒤척인다 싶을 때, 농부는 성큼성큼 밭으로 들어가 그놈을 똑 따내는 것입니다.
이제, 수박을 맛볼 차례지요. 농부는 손을 크게 저어 사람들을 부릅니다. “어이! 이리들 오소!” 수박 먹고 싶은 이는 그 누구든, 엊그제 다툰 사이도 지나가는 길손도 반가이 불러 둘어앉힙니다. 혼자만 먹을라치면 그 고된 나날들이 얼마나 보람되랴 싶은 게지요. 그 마음이 수박의 마음마저 열게 합니다. 칼도 닿기 전에 쩍! 제 몸을 열어 단물이 흐르는 속살을 아낌없이 내어주게 합니다. 땀과 정성 쏟아낸 한 시절을 고스란히 돌려주게 합니다.
수박이 먹고 싶으면, 모든 사람이 농부처럼 수박을 심고 가꾸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박을 얻기 위해서 반드시 마음까지 쏟아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맡은 역할이 수박농사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때에 맞춰 수박을 길러야겠지요. 그리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책 속의 농부처럼 땀 흘리고 마음 쏟으며 정성껏 일할 줄 알고, 나누어 넉넉히 보람 키울 줄 알아야 할 겁니다. 그래야 나와 우리의 삶이 더 풍성해지고 더 즐거워질 테니까요.수박농사 아닌 다른 일로 돈을 벌어 수박을 사 먹는 사람이라도, 수박을 먹으며 그 달고 시원한 붉은 속살이 어떻게 차올랐는지, 거기에 누가 어떤 수고와 정성을 담았는지를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저마다 그리할 때 우리는 서로를 더 고마워하며 더 귀한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요? 수단이 아니라 아름다운 과정을 위해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요?
봄날 작은 씨에서 시작한 수박이 자라납니다.
농부의 수박이 먹고 싶은 마음은 수고와 정성과 기다림으로 수박을 키워냅니다.
한여름 무더위를 달래주는 달디 단 수박은 지난 시간 농부의 정성이고 땀방울이고 기다림입니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공들인 작품을 수박 가르듯 쩍 갈라 펼쳐 봅니다.
그림책이 손짓하며 부릅니다.
‘어이! 이리들 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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