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앤서니 브라운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의 다른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고 난 후 많은 작품에는 유난히 침팬지와 고릴라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발견했다. 어떤 그림책은 아이들이 무서워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책도 있고, 또 다른 책들은 어른이 생각하기에도 심오한 내용도 있다. 그러나 책 표지만으로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이라고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그의 책은 재미있고 놀랍고 사실적이고 몽상적이고 웃음이 가득한 그림책인 것은 분명하다. 영국보다는 한국에서 더 인기 있는 그림책 작가로 '고릴라 할아버지'라고 불려지도 한다.
작가소개
1946년 영국 셰필드에서 태어난 앤서니 브라운은 1963년 입학한 리즈 예술학교(Leeds College of Art)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3년 동안 맨체스터 로얄 병원(Manchester Royal Infirmary)에서 의학 전문 일러스트로 일한 경험과 15년 동안 골든 프레이저(Gord-on Fraser) 갤러리에서 연하장과 삽화를 디자인 한 경험이 앤서니 브라운의 세밀한 표현과 이색적인 그림들의 바탕이 되었다. 병원에서의 일러스트일을 그만두고 책과 삽화를 쓰고 그리기 시작하면서 1976년 첫 작품인 『거울 속으로』를 발표하고 1983년 『고릴라』와 1992년 『동물원』으로 출판한 두 권의 책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 동화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림책 작가의 영예 중 하나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비롯해 『고릴라』와 『동물원』이라는 작품으로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두 차례 받았다. 여러 나라에 많은 독자를 확보한 그는 우리나라에도『 돼지책』, 『미술 간에 간 윌리』,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 『우리 형』등 30여 종이 번역되어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21년에 새해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대영제국 훈장 3등급인 대영제국 기사단 사령관 작위(CBE)를 받았다.
그림책의 특징
그의 초기 작품들은 차갑고 기묘하며 쌀쌀맞고 날카로운 비판과 톡 쏘는 듯한 유머를 선보였다면, 후기로 갈수록 그의 작품 색채는 따뜻해지고, 주인공은 사랑스럽고, 그들의 표정은 부드러워지며, 이야기는 좀 더 유연하게 변해 가면서 어린이들 다가갔다. 앤서니 브라운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완벽한 구성, 간결하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글, 꼼꼼하게 화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그림 속의 정물들, 기발한 상상력 등으로 언제나 세상의 권위와 편견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내용이 그의 그림책의 특징이다. 『고릴라』,『돼지책』에서 그려진 부모와『우리 엄마』나『우리 아빠가 최고야』에서 그려진 엄마, 아빠를 보면 그 차이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그의 그림책에는 동물이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코끼리, 돼지, 꼬마곰 등등. 특히 고릴라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데, 고릴라가 등장하거나 고릴라가 주인공을 맡는 작품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앤서니 브라운이 말하길 작품에 이렇게나 고릴라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자신이 고릴라에 매료되었고, 자기 가족에게는 매우 따뜻한 모습을 보이고 가족이 위험에 빠지면 공격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아버지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릴라가 주름과 털 같은 다양한 텍스처를 가졌기에 작가로서 표현하기 매력적인 동물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어렸을 때 본 킹콩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실제로 1933년판을 책으로 리메이크할 때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초현실주의 화가인 마그리트와 달리의 영향을 받은 작가는 사실과 환상을 결합한 독특한 그림 세계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 독자들까지 사로잡았다. 그 이후로 계속 출판된 작품의 모티브는 주로 자신의 개인적인 성장 과정에서 가져왔으며, 현대 사회의 모습을 깊은 주제 의식으로 그려 냈다.
작가의 대표 책들
윌리는 앤서니 브라운의 대표적인 캐릭터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에는 윌리를 비롯해 유난히 침팬지와 고릴라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그가 어렸을 때 본 영화 ‘킹콩’에서 아주 깊은 인상을 받은 데다, 고릴라가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해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릴라나 침팬지의 눈이 사람의 눈과 꼭 닮아 있다는 것도 그가 특별한 애정을 갖게 된 또 다른 이유이다. 『침팬지 윌리 이야기』, 『미술관에 간 윌리』, 『윌리와 악당 벌렁코』, 『축구 선수 윌리』, 『윌리와 휴』, 『꿈꾸는 윌리』 등에서 다양한 모습을 한 윌리를 만날 수 있는데, 작품 속에서 침팬지 윌리는 썩 근사한 주인공이 아니다. 캐릭터 이미지와는 다르게 오히려 초라하고 왜소하며 답답할 정도로 소심하다. 그다지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없고 늘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앤서니 브라운은 윌리를 통해서 약간은 부족해 보이는 윌리가 세상의 편견이나 무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지켜가며 최선을 다하고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늘 윌리의 시작은 다소 처량해 보이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언제나 유쾌, 상쾌, 통쾌한 반전을 선보여 보는 이의 속을 시원하게 해 준다. 게다가 소중한 희망과 용기, 따뜻한 격려까지 빠뜨리지 않는다.
가족애(家族愛)적인 요소를 작품에 많이 담았다. 그의 대표작인 ,『돼지책』과 『우리 엄마』는 자신의 어머니를 직간접적으로 묘사하는 작품이기도 하고 엄마의 소중함을 느끼며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웃을수 있으며 생각해 볼 수 있는는 책이다.
『우리 아빠가 최고야』와 『우리 형』도 가족 간의 사랑을 담았다.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책인 『고릴라』에선 딸에게 무관심한 아빠와 그에 대한 대체재인 고릴라를 함께 등장시켰다. 아빠 대신 고릴라를 내세워 몹시 우람하고 공격성이 있는 동물이지만 서로를 돌보고 애정을 표현하고 가족을 아끼는 부드러운 면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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